기다. 12월에는 대설(大雪)과 동지가 있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는 겨울이다. 우리 선조들은 가끔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설을 전후하여 소춘(小春)이라고도 하였다.
옛날부터 중국 사람들은 소설 이후 기간을 삼후(三候)로 구분하였다. 후(候)라는 말은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로 나누면, 겨울이 모두 지나간다고 한다.
소설이 오면 심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갑다. 이 날은 “손돌(孫乭)이 죽었던 날”이라 말하고, 그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해서, 외출을 삼가고 특히 뱃길도 조심하였다고 하며 아래와 같은 전설도 있다.
고려시대 몽고군의 침입으로 왕이 강화도로 피난을 할 때, 손돌이란 뱃사공이 왕과 그 일행을 배에 태워서 건너게 되었다. 손돌은 안전한 물길을 택해 초지(草芝)의 여울로 배를 몰았다. 마음이 급한 왕은 손돌이 자신을 해치려고 배를 다른 곳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신하를 시켜 손돌의 목을 베도록 명하였다.
이때 손돌은 왕에게, 자신이 죽은 뒤 배에 있는 박을 물에 띄우고 그것을 따라가면 몽고군을 피하며 험한 물길을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손돌을 죽이자 적이 뒤따라 와 왕과 그 일행은 손돌의 말대로 박을 띄워 무사히 강화로 피할 수 있었다. 왕은 손돌의 충성에 감복해 그의 무덤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 그 영혼을 위로하였다.
그래서 그 손돌이 죽은 곳을 “손돌목”이라 하고 지나갈 때는 지금도 조심한다고 한다. 해마다 그 날이면 강풍이 불고 날씨가 찬데, 이는 손돌의 억울하게 죽은 원혼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강화에서는 이날 뱃길을 금하고 있다고 한다. 겨울에 강풍이 불면 “소설바람”이 부안지역에서는 “쇠 바람”으로 변환되고 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전설은 경기도 안성지방에서 전승되는 힘센 장사로서의 「손돌설화」도 있다. 이 지역에서는 “손돌이라는 힘이 센 장사”가 스승의 명으로 시장에 옷을 사러 갔으나 날씨가 따뜻하여 옷 대신에 절구통을 사 왔다. 손돌이 그 통에 절구질을 하며 추운 줄을 모르고 지냈으나 날이 갑자기 추워지자 겨울옷이 없어 얼어 죽었다. 손돌 장사가 10월 20일에 얼어 죽었고, 그 날은 매년 심히 추워 이 날을 ‘손돌뱅이 죽은 날’이라 하였다. 또 이런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하였다.
이런 변이가 충청북도 영동지방에서는 10월 20일을 ‘손사공 죽은 날’ 또는 ‘모진 놈 죽은 날’로 표현하였다. 안전하게 배를 모는 착한 손돌(孫乭)이 무섭고 흉악한 “손돌사공”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므로 「손돌설화」는 전통 풍속신앙의 약화로 나타난 “소멸계 설화”로 생성 · 굴절된 변화를 알 수 있다는 데 그 가치가 있다고 전한다.
은빛방송단 김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