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쿵 쉿쿵 텅텅텅텅’ 옛날 나 어릴 때 여름이 시작되면 곧 살구가 누렇게 익고 한쪽에서 보리타작을 하며 메마른 논에 물을 품어 올리는 석유발동기 소리가 밤새도록 들립니다.
날이 새면 곧 건장한 사내들이 양쪽에서 못줄을 잡고 ‘어이~’하고 소리를 지르면 10여 명도 훨씬 넘는 동네 아낙네들이 거머리한테 피를 뜯기지 않으려고 양말을 무릎까지 올리고 분주히 일사분란하게 모내기를 하는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요즈음은 논을 갈아엎고 모내기와 시비와 수확 그리고 타작까지 모든 것이 기계화 되어 옛날 같은 생동감도 또 낭만도 없습니다.
새참으로 남자들은 텁텁한 막걸리지만 여자들에게는 개떡이나 보리튀김이 한소쿠리 나오기도 하고 때마침 잘 익은 누런 살구를 내오기도 합니다.
이제 농사철이 되어도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서는 일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농기계가 맡아 하고 감자나 고구마를 캐는 일 그리고 김장철 무, 배추를 파종이나 수확하는 일까지도 기계가 모두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농사일이 바뀌었고 농촌의 풍경이 달라지고 대도시를 가봐도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고속버스나 기차 그리고 전철을 타보면 모두가 핸드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책을 펴든 이는 컴맹인 늙은이 나 하나뿐입니다.
세상이 점점 각박(刻薄)해지는 것 같고 추억이나 낭만 그리고 해학(諧謔)이 없이 속도(速度)만 있고 살벌해진 느낌입니다.
거지가 없어서인지 나누어주는 적선(積善)을 찾아볼 수 없고 운동도 서로 일등만 하려고 하는 경기뿐 운동장에 둘러서서 함께하는 운동은 점차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정치도 편 갈라서 서로 헐뜯기만 하지 다 같이 국민과 함께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뒤따라오는 사람을 앞세우려 하지 않고 다 함께 모두 손잡고 함께 이끌면서 나아가거나 빙 둘러서서 공을 차거나 배구를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모두 한사코 앞서가려고만 하고 다 함께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너무 많이 가져 어쩔 줄을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늘 쫓기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야가 바뀌고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미워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은 사과나무를 열심히 심었으면 합니다.
은빛방송단 박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