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여름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의미도 있다. 이 시기를 지나면 태양은 조금씩 남쪽으로 이동하고, 낮은 노루 꼬리만큼 점점 짧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날씨는 본격적인 무더위로 접어드는 시기로 여름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는 고대 중국의 천문학과 음양오행 사상에 근거한 절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역법(달력)을 받아들여 농사와 생활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상감(지금의 기상청)에서 하지를 포함한 절기를 정하여, 백성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풍속, 의례와 농사를 짓도록 하였다.
북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길며,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강하고 많은 날이다. 북극지방에서는 하루종일 태양이 지지않고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에 해가 지상으로 나타나지 않고 오로라(Aurora borealis)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남극광이라고 한다.
오로라 현상은 새벽하늘같이 태양은 뜨지 않고 붉그스레한 하늘의 모습이라고 한다. 태양 빛이 춤추는 신비로운 장면으로 상상만 하여도 우리 가슴이 두근거리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반대로 동짓날에는 북극에서 오로라 현상이 발생한다.
가장 길었던 밤은 동짓날부터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하짓날에는 가장 짧아지는 반면, 하짓날 낯은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되어 1년 중 가장 길다.
대부분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夏至) 이전이면 모두 끝난다. 먹거리가 부족한 보릿고개 시대에는 햇감자를 먹어 하지감자라는 이름도 생겼다.
하지(夏至) 아름다운 풍습들 - 2
하지를 전후하여 다양한 풍속도 있었다.
1. 예로부터 하지는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한 날이라 하여 “하지 물 마시기” 행사를 하였다. 하짓날의 우물물은 1년 중 가장 차고 맑다고 한다.
따라서 이른 아침 우물에서 하지 물을 떠 마셨다. 여름철 더위를 타지 않고 건강하게 한 여름날을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우물물로 약차를 달여서 마시거나 아이에게 목욕을 시켜,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하였다.
2. 손톱 발톱 깎기
민간 신앙 중 하나로 하지를 전후해 손톱이나 발톱을 깎으면 질병을 예방하고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손톱 밑에 세균을 없애자는 취지로 보인다. 주로 충청 경상 지역에서 성행하였다고 한다.
3. 부채 선물
하지 무렵이면 왕이 외국 사신이나 신하들에게 부채를 하사하기도 하였다.
이는 더위를 견디라는 의미와 함께 은총을 내리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선물용 부채가 성행한 것도 이 무렵 왕이 신하들에게 내린 이후라고 한다. 이는 조선시대에 성행하였다. 지금 감각으로 보면 선풍기나 에어컨 선물이 아닐까?
조선왕조 성종실록(1479년)에 의하면 "하지에 이르러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등 삼사에 부채를 내렸다." 기록도 있다.
특히 하지 무렵, 삼사(감시기관)의 관리들에게 왕이 친히 부채를 하사하여 여름 더위를 이기도록 배려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중종실록(1526년)에도 "하지에 부채와 빙과를 하사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정치적 의미의 포용과 임금의 덕을 드러내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는 임금이 신하에게 "내가 너를 잊지 않고 있다. "더위를 무탈하게 견디라"라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은 예우라고 할 수 있다.
궁녀·내명부 여성과 사신 등 외국인들에게도 부채는 여름철 복지 물품이었다.
부채는 단순한 여름용 도구가 아니라, 왕과 신하 사이의 유대와 배려, 그리고 상징적 은총의 매개체였다. 이는 왕의 은혜가 골고루 미치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우리도 사랑하는 부모님에게, 연인들에게 시원한 얼음과자와 작은 손 선풍기를 선물하자.
즐겨먹던 전통 음식과 풍습들-3
지난날 조상들의 하지는 농촌에서 모내기가 마무리되는 시기로 보리 수확이 한창이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이 다양하다.
1. 보리밥과 보리개떡
보리는 더운 날씨에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곡물이다.
하지 무렵에는 갓 수확한 햇보리로 보리밥을 지어 먹거나 보리 개떡,
보리죽을 만들어 여름철 건강식으로 먹었다.
2. 오이냉국과 열무김치
초여름 제철 채소인 오이와 열무를 활용한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오이냉국은 갈증을 해소하고 열을 내리는데 효과적이며
열무김치는 입맛을 돋우는 여름철 밥도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3. 팥죽, 고추, 붉은 음식을 먹는 풍습
하지는 양기가 극대화되는 날로 여겨졌기 때문에,
붉은색 음식으로 나쁜 기운을 쫓으려는 풍습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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