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버리지…” 85세 장** 할머니의 굽은 등 위로 비친 농촌의 초상
25살 꽃신 신고 온 타향살이 60년, 이제는 마을의 '청결 파수꾼'으로
부안 스포트 파크 불리 수거장 붉은색 조끼를 입고 햇빛 가리개를 깊게 눌러쓴 한 노인을 만났다. 부안군 문화마을에서 거주 하신다는 장**(85) 할머니의 손길은 분주했다. '어르신, 힘들지 않으시냐'는 가벼운 인사에 돌아온 것은 무심한 눈길뿐이었으나, 마을 이장님의 이름을 꺼내자 할머니는 비로소 경계의 벽을 허물고 60년 전 기억의 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 "내소사 근처서 시집온 게 엊그제 같은데…”
할머니는 본래 이곳 사람이 아니다. 내소사 인근에서 스물다섯 나이에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 지금이야 차로 금방인 거리지만, 60년 전 그 시절 스물다섯 신부에게 그 길은 아득히 먼 타향길이었다. 강산이 여섯 번 변하는 동안 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은 모두 장성해 출가했다. 이제 할머니의 곁을 지키는 것은 낡은 '실버카' 한 대뿐이다.
■ 수백 명의 이기심을 묵묵히 치우는 손길
할머니가 마주하는 곳은 테니스장 근처 분리수거함이다. 수백 명이 사용하는 이곳은 늘 어수선하다. 할머니는 "대부분은 잘 지키는데, 몇몇 사람이 문제"라며 쓴웃음을 지으셨다.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쓰레기 하나 때문에 할머니는 수거함 전체를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일일이 손질해야 한다. 멀리서 대충 던져진 오물들, 종이컵 속에 구겨 넣은 담배꽁초와 이물질을 보며 할머니는 나지막이 읊조린다. "그냥 버리지…
누군가에게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사소한 무책임이지만, 85세 노인에게는 허리를 수십 번 더 굽혀야 하는 고된 노동이 된다.
■ 우리 농촌 노인들의 서글픈 현주소
정리를 마친 할머니는 다시 실버카를 밀며 길가로 향했다. 바닥에 떨어진 작은 담배꽁초 하나라도 더 줍기 위해서다. 굽은 등으로 길 위를 살피며 천천히 나아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은 오늘날 우리 농촌 노인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라지만
공중도덕의 기준마저 제각각이어서는 안 된다.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비치는 명암에서 익명성 뒤에 숨어 편리함만 쫓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방송단 김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