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의 일터는 부안군립도서관이다. 이곳에서 하루 3시간 동안 도서관의 이곳저곳을 쓸고 닦는 일을 하고 있다. 내 나이 80에 아직도 집 밖의 일을 할 수 있음에 날마다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격이 온순하고 내성적이어서 밖에서 노는 것보다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더 편했다. 지금은 결혼하여 자식들도 모두 떠나고 읍내 아파트에서 혼자 살다 보니 집안에서 하루 종일 TV만 보고, 사람 소리 듣기도 힘들다 보니 가끔 너무 쓸쓸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날이 그날 같은 나날을 지내다 해가 바뀌어 일하러 나오게 되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으나 막상 나오면 또 시간이 잘 가서 좋다.
부안읍사무소에서 7~8년간 환경정화 일을 하다가 3년 전부터 대한 노인회의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몸이 안 좋아서 중도 하차 하여 여러모로 아쉬웠는데 다행히 올해 다시 하게 되어 기쁘다. 또 집 근처에 일터가 있으니 여러모로 편하고 좋다. 년초에는 날이 추워서 그것도 멀게 느껴지더니 날이 풀리니 살살 걷는 것이 그렇게 좋다.
이 일자리는 나에게는 큰 은혜로 여겨진다. 나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몸도 그렇게 건강한 편은 아니다. 지병이 있어서 먹는 것부터 운동하는 것 모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집에만 있으면 사람들하고 만날 일도 없고, 건강 관리도 잘 안되고 그러다 보니 한번씩 온갖 잡생각으로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일터에 나오니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적당히 움직이고,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다 보면 시간도 빨리 가고 하루가 덜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곳은 어린 학생부터 어른들까지 이용하는데, 다들 수고하신다고 인사도 잘하고 특히 몇몇 직원들은 날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시며 “천천히 하시라”고 말씀해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깨끗한 곳에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눈을 크게 뜨고 더욱더 신경 써서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 어린 아기들과 젊은 엄마가 둘러앉아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이나, 초등학생들이 끼리끼리 모여 앉아 소곤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 물론, 주변에 뭘 흘리기도 하지만 우리 증손주라고 생각하면 그냥 다 귀엽고 예쁘다. 나도 성경 책을 보는 사람이라 무슨 책이라도 보고 싶은 때도 있지만 눈이 침침하여 직접 읽지는 않고 책 보는 사람을 구경만 해도 배가 부르다. 올해 처음으로 같이 일하게 된 분은 아직도 조금 서먹서먹 하지만 서로 성격이 다르니 차츰 친해지면 훨씬 더 하루가 빨리 가고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날마다 “나는 잘 할 수 있어!”를 다짐하고, 하느님과 항상 다정하게 대해주는 여기 직원들, 그리고 이 일을 하게 해 주신 분들과 우리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방송단 김지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