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를 돕는 삶
처음 노인 일자리를 시작했을 때 저는 단순히 소득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일은 제 삶의 방향까지 바꾸어 놓은 소중한 사명이었습니다.
저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를 알리는 홍보 활동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자기 뜻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연명의료결정법이 있습니다. 많은 어르신께서 이 제도를 잘 알지 못해 마지막 순간까지 원치 않는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마을을 다니며 그 내용을 설명하고 스스로 존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며 대한노인회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 것도 큰 자부심입니다. 소속감이 생기니 마음이 든든하고 어르신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 더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일정한 소득이 생겨 생활에 도움이 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활력이 생겼습니다. 경제적 보탬은 물론이고 사람을 만나며 저 자신이 여전히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일의 특성상 직접 운전해 여러 마을을 찾아가야 합니다. 먼 길을 오가며 기름값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를 전한다는 생각에 핸들을 잡습니다. 다만 이런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유비 같은 작은 지원이 조금이라도 더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어르신께 제도를 알리기 위한 작은 디딤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일을 통해 느끼는 가장 큰 의미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돕는다는 점입니다.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숨만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존엄을 지키며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 선택이 가족에게도 본인에게도 후회 없는 길이 되도록 안내하는 일. 저는 그 과정에서 작은 다리가 되어 준다는 사실에 깊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욕심보다는 건강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가지려 하기보다는 지금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무리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존중하는 일을 하며 저 또한 제 삶의 마지막을 차분히 준비하는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 노인 일자리는 제게 단순한 일자리가 아닙니다. 삶의 가치를 다시 배우게 한 자리이며 존엄과 감사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귀한 시간입니다.
방송단 전옥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