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가는 길
나는 얼굴을 단단히 감싸고 이른 아침 일자리 현장으로 향한다. 삼거리에서 옆 마을 일자리 짝꿍인 전주댁을 만난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순간 하루의 기분이 밝아진다.
도로 주변에 흩어진 비닐봉지와 담배꽁초를 주워 봉투에 담으며 집합 장소까지 걷는다. 그 길 위에서 설 명절에 다녀간 자녀들 이야기, 사는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런저런 일상을 나눈다. 어느새 크게 웃고 있다. 일은 힘들어도 함께 걸으니 덜 힘들다.
나는 결혼 후 경기도에서 살다가 남편의 일자리를 따라 부안으로 내려왔다. 남편은 다른 지역 공사 현장에서 일하느라 집을 자주 비웠고, 나는 자녀들과 시어머니를 돌보며 살았다. 시어머니 병간호를 하며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무릎이 아파 집안일과 텃밭 일만 하며 지내던 날들도 길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남편은 친구의 보증을 섰다가 빚을 떠안게 되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이 이어졌다. 남편은 두통과 우울증을 겪었고, 나는 곁에서 함께 버텼다. 이어 허리 수술까지 받으며 장기간 입원 치료해야 했다. 삶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은 성실하게 청소 일을 하며 가정을 지켰다. 십여 년을 묵묵히 일한 끝에 우리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이사를 하면서 새로운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마음의 상처도 서서히 옅어졌다. 그 무렵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월급을 받아 보며 작지만 뿌듯한 기쁨을 느꼈다. 일자리를 통해 대화 상대가 생겼고, 몸을 움직이니 건강도 나아졌다.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었고, 치료비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월·수·금, 삼거리에서 전주댁을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쉬는 날에는 텃밭을 가꾸며 하루를 보낸다. 힘들었던 세월은 길었지만, 지금은 천천히 걸어도 좋다. 일자리 가는 길은 나에게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다.
방송단 이명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