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사뿐히, 욕심은 내려놓고"… 춤으로 새 삶을 쓰는 송** 씨
노인 일자리 통해 ‘현대무용' 봉사자로 거듭난 69세 송** 님 "내 삶을 글로 적으면 책 몇 권은 될 거예요.”우리가 마주치는 수많은 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지만, 오늘 만난 송**(69) 씨의 이야기는 그 울림이 남다르다. 굴곡진 삶의 고개를 넘어 이제는‘춤'이라는 날개를 달고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그의 얼굴에는 나이를 잊은 평온함이 서려 있었다.
■‘고통의 탈출구'에서’자부심의 원동력'이 된 일자리 노년의 외로움과 경제적 취약함이 피부로 느껴질 무렵, 그에게 찾아온‘노인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 수단 그 이상이었다. 주간보호센터와 재가센터에서 만난 수많은 노인은 그의 거울이었다. 일에 지쳐 마디마디 관절이 아픈 이들, 자녀를 떠나보내고 홀로 적막을 견디는 이들을 보며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 질문의 끝에서 송 씨가 잡은 그것은 평소 관심 있던‘춤'이었다. 처음 보건소 치매 예방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던 인연이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춤을 추는 저 자신도 즐겁지만, 제 몸짓을 보며 웃어주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나도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자부심, 그것이 저를 다시 살게 합니다.”
■ "손에 힘을 빼듯, 인생의 욕심도 덜어냈죠”송 씨는 요즘 현대무용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손끝의 힘을 빼고 발을 앞뒤 좌우로 움직이며 나비처럼 사뿐거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유연해짐을 느낀다. 물론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투자 실패로 전 재산에 가까운 목돈을 잃었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려 가방에 늘 청심환과 물을 가지고 다닐 만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 상처마저 담담히 수용한다. "내 그릇이 그 정도였던 거죠. 내 욕심에 더 큰 그릇을 만들려다 보니 사달이 났던 것이니 누굴 탓하겠어요.”그는‘마음먹기에 달려있다'라는 진리를 몸소 체험하며, 자신을 배척했던 사람이나 미운 사람마저 용서하기로 했다. 믿음 안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양보하며 사는 지금, 그는 마치‘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 "전쟁터에서도 생명은 피어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전쟁터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새 생명은 태어나잖아요. 너무 상심하지 말고 그저 건강만 잘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마음을 비우니 시간이 쏜살같이 흐를 만큼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성실한 남편과 잘 자라준 아이들, 그리고 이제는 나비처럼 가뿐해진 자신의 영혼. 송** 씨는 오늘도 어르신들 앞에서 팔을 뻗는다. 그의 손끝을 따라 어르신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방송단 김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