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노인이 되지 않으려면…”. 고령화 시대,‘일’과‘취미’의 한끗 차이
마늘 이삭 정리하며 들려온 두 가지 풍경 단순 노동을 삶의 원동력으로 바꾸는 비결은 ‘즐거움'
대한민국이 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거리에는 이제‘나이 든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신체적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지만, 정작 노년의 삶을 결정짓는 것은 손에 든‘일’과 마음속에 품은‘취미’의 조화다. 최근 필자가 접한 두 어르신의 대조적인 모습은 우리에게 노년의 행복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불평 섞인 노동인가, 노래 섞인 유희인가? 얼마 전 만난 한 어르신은 겨울 채비를 마치고 마늘 이삭을 정리하던 중 아내와 크게 다툰 일화를 들려주었다. 쪼그리고 앉아 껍질을 벗기는 지루한 작업에 아내가 "허리 아프고 따분하다”라며 불평을 쏟아내자, 화가 치밀어 마늘 광주리를 통째로 들고 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소득도 많지 않은 단순 노동이 그들에게는 그저‘지겨운 굴레’였을 뿐이다. 하지만 며칠 뒤 방문한 다른 지인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70대 어르신 한 분이 어깨를 들썩이며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아들이 넣어준 노래를 들으며 마늘을 까는 그녀의 얼굴에는 인자한 미소가 가득했다. 최근 마을 노래 자랑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파인 그녀에게 마늘 까기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다. 그녀는 "노래만 옆에 있다면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 같은 작업임에도 한쪽은‘고역'이 되었고, 다른 한쪽은‘무대’가 된 셈이다.
‘노인의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한 준비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자신에게 걸맞은 일과 취미를 일치시켰느냐에 있다. 노인에게 일과 취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는 삶의 원동력이자,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취미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즐길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동적인 활동: 게이트볼, 탁구, 산책, 파크골프
정적인 활동: 서예, 명상, 독서, 바둑
예술적 활동: 색소폰 연주, 노래, 그림
일과 취미는 노년의 가장 큰 자산 전문가들은 노년기에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사라질 때 비로소 '진짜 노인'이 된다고 경고한다.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진 '노인의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손을 움직이고 마음을 쏟을 곳을 찾아야 한다.
마늘 이삭을 정리하며 노래를 부르던 할머니의 모습은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답을 보여준다. 일상적인 노동에 취미라는 색깔을 입힐 때, 노년의 삶은 비로소 풍요로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나만의 ‘노랫 소리’를 찾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방송단 김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