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 열심히 살지 그랬냐고요?”… 구영리 노인들의 시린 설날
풍요 속의 빈곤, 화려한 명절 뒤에 숨겨진 홀몸 어르신들의 쓸쓸한 겨울나기 모두가 고향을 찾고 가족과 떡국을 나누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하지만 부안읍 구영리 한편에는 명절이 올수록 더욱 깊은 침묵 속으로 침잠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일찍이 배우자를 여의고 홀로 팔순을 넘긴 어르신들이다.
쉼표 없는 고난, "운명은 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빈곤한 노년을 보며 "젊어서 더 노력하지! 그랬냐?”라는 차가운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구영리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삶은 단순히 '노력의 부재'로 설명될 수 없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개성과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운’이라는 삶의 변수를 마주한다. 누군가는 밤낮없이 발버둥 쳐도 예기치 못한 병마나 사고로 무너지는가? 하면, 누군가는 뜻밖의 행운으로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주연과 조연이 바뀌는 것은 본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노인들의 깊게 파인 주름이 말해 주고 있다.
복지의 사각지대, ‘마음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아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시스템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명절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은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특히 자녀가 없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왕래가 끊긴 어르신들에게 긴 겨울밤과 명절 연휴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얼어붙게 만드는 고통의 시간이다.
"떡 한 조각의 온기, 우리 사회의 품격”행복과 불행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오늘 내가 누리는 평온함이 내일은 누군가의 결핍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조연이 내일의 주연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이번 설에는 주변의 홀몸 어르신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거창한 선물이 아니어도 좋다. 따뜻한 안부 전화 한 통, 떡 한 조각을 나누며 건네는 짧은 대화가 그분들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이 되는‘잠깐의 행복’이 될 수 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온기를 나누는 작은 실천,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일 것이다.
방송단 김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