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서 희로애락
나는 부안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부안을 떠나 살아 본 적이 없다. 부모 형제들 모두 부안에서 터를 잡고 살아서인지 부안을 떠나서 산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부안에서 사는 남자와 결혼해서 1남 1녀를 낳아 한동안 행복하게 살았던 적도 있었지만, 남편의 많은 빚을 떠안고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의 빚은 파산 신고를 해서 정리를 했다.
직장생활도 안 해보고 자격증도 없는 나는 두려움이 컸다. 당장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 등,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나로서는 감당하기에 무척 힘들었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직장은 식당이었다. 몸이 부서지라 일했다. 나는 저녁 늦게까지 일해서 돈을 벌 욕심으로 군청에서 하는 '숲 가꾸기' 사업에 취직했다.
6시에 퇴근하면 저녁에는 식당 알바를 하면서 정신없이 살았던 거 같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내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 나는 틈 나눈 데로 바다 갯벌에 나가 바지락, 조개 등을 캐어 손님상에 내주었고, 봄에는 나물이나 고사리를 캐어 삶아서 말려 지인에게 팔고 또 제철 나물들은 맛나게 요리해서 푸짐하고 아낌없이 내놓았다.
손맛이 좋다고 오는 사람, 사랑방같이 정겹고 편해서 찾는 손님, 그래서인지 장사는 잘되었다.
나는 한 푼도 허투루 쓰는 일 없이 아들, 딸 모두 대학까지 가르치고 결혼도 시켰다.
딸은 캐나다에서 직업이 변호사인 남편을 만나 아들을 낳고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아들 역시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기업에 들어가 직장생활하고 있다.
오늘도 나(박** 66세)는 한겨울 찬바람을 가르며 마실 밥상으로 가고 있다. 마실 밥상은 대한노인회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나는 여기에서 카운터에서 일하고 있다. 카드 결제를 도와주고 식탁을 닦고 정리하는 일이다.
애들은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 건강만 챙기며 편하게 살기를 바란다. 녹록지 않았던 지난날들, 아이들이 있었기에 힘들었던 시절을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한없이 착하고 열심히 사는 아들딸의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과거 보상과 보람도 느낀다. 나는 오늘도 가벼운 마음으로 마실 밥상으로 향한다.
방송단 김미정 작가